1940~2012년, 밀리터리 룩의 역사

밀리터리 룩의 역사를 헤아리다 보면 제2차 세계대전이 있었던 194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 전쟁이 할퀴고 지나간 자리, 궁핍만이 흔적으로 남던 시절. 패션은 그러나 악착같이 살아남았다. 전쟁 후 남아돌던 군용 옷감을 응용한 재킷과 스커트가 쏟아져 나왔고, 여성들도 견장이 달린 군복을 멋 내기용으로 입기 시작했다. 전사가 떠난 자리엔, 그렇게 군복으로 만든 옷을 입고 생계를 위해 뛰는 강한 여성들이 남았다.

↑ [조선일보]

밀리터리 룩은 1960년대 또 다른 전기(轉機)를 맞는다. 미니멀리즘이 유행하던 시기, 여자들이 멋으로 입는 군복은 견장, 튀어나온 주머니를 떼고 한층 간결해진다. 군복의 흔적은 직선과 무채색, 짙은 초록 또는 황갈색 옷감으로만 남았다. '옷 좀 입는다'는 언니들은 여기에 작은 스카프와 낮은 구두를 더해 밀리터리 룩을 한층 더 편하고 부드럽게 바꿔놓았다.

고(故) 다이애나 영국 왕세자빈은 1987년 영국의 하이패션 디자이너 캐서린 워커가 만든 흰색 군복 재킷과 스커트<사진>를 입고 대중 앞에 선다. 샌드허스트 육군사관학교를 방문할 때 입었던 이 옷은 귀족적인 크림색 드레스에 금색 견장과 자수 장식, 단추를 더한 옷이었다. 이때부터 버버리·클로에·발망·알렉산더 매퀸 등의 디자이너로 이어지면서 밀리터리 룩은 더욱 다양하게 변주됐다. 2011년 6월 영국 캐서린 왕세손빈이 알렉산더 매퀸의 밀리터리 코트를 입고 공식행사에 나왔던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되기도 한다.